호적 찾아준 20년, '세상에 빛을 더해요'

[앵커멘트]

호적이 없는 사람들은 정부에 개인 기록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.

이런 사람들이 호적을 만들 수 있도록 무려 20년이 넘도록 도운 사람이 '법의 날'을 맞아 국민훈장을 받았다고 합니다.

권준기 기자가 만났습니다.

[리포트]

정종연 씨가 사회 음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호적을 찾아주기 시작한 건 지난 84년.

전남 여수 여객선 터미널 한 귀퉁이에서 추위에 떨던 장애 아동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.

호적조차 없는 아이를 보호시설에 맡길 수도 특수 학교에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.

[인터뷰:정종연,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]
"호적이 없어서 정부 지원이나 혜택에서 제외됩니다. 죽은 신분이거든요. 통장도 만들 수 없죠. 핸드폰도 만들 수 없죠.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죠.."

지난 22년 동안 정 씨가 이렇게 도와 호적을 얻은 사람들은 모두 6백여명.

정부 지원으로 호적을 찾은 사람까지 합하면 7천명에 달합니다.

호적이 생긴 고아원 어린이들은 학교를 갈 수 있었고, 양로원 노인들은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.

지난 2천년 대통령 선거때는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난생 처음 투표도 했습니다.

이번 '법의 날'에는 국민 훈장 모란장까지 받게된 정 씨.

묵묵히 해온 봉사활동을 남에게 들 킨것 같아 괜히 쑥쓰럽기도 합니다.

[인터뷰:정종연]
"정부나 민간이나 사회나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면서 호적없는 사람을 위한 다시한번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."

고아원과 양로원, 쪽방촌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계속해서 찾겠다는 정종연 씨.

어두운 곳을 밝혀야 세상이 환해진다는 정 씨의 믿음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.

YTN 권준기[jkwon@ytn.co.kr]입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