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름: 조성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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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를 보내며...  
내 친구 수형아
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“성민아”라고 부르며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어깨를 툭 치며 나타날 것만 같고, 요트장의 담벼락을 돌아서면 어딘가에 주저앉아 배를 손질하고 있을 것만 같은데 다신 널 볼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구나.
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사고가 나기 전날로 돌아가고 싶고 너가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만은 지금 내가 널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나의 무능함에 그저 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구나.

요트를 처음 접하던 주니어 시절부터,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중학교 시절, 그리고 고등학교 때 부터는 멋진 환상의 콤비가 되어 국내대회와 세계대회를 휩쓸었고 간발의 차이로 놓친 메달에 온가족이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했었지.
지난 세계청소년요트선수권대회에서는 메달 유망주로 지목을 받으며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고 또 그 기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함께 힘겨워 하기도 하면서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우린 함께 웃었고 울었고 좌절도 함께 했고, 희망도 그리고 미래도 함께 꿈꾸고 나누었었다.
불과 얼마 전에는 호주에서 전지훈련도 함께했었고 드디어 카타르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로 선발되던 날 또 우린 얼마나 기뻐했었니?
마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도 다 우리것이 된 것 같았고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,

이젠 나와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, 가족, 선후배, 요트식구들의 가슴에 슬픔만을 남겨둔 채 너만 얄밉게 먼저 하늘로 가는구나.
지금 이 상황들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. 그래서 깨어났을 땐 너가 내 옆에 웃으며 “깼냐”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...

친구야!
라이벌로 시작해서 파트너까지 우린 최선을 다했는데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.
누가 너의 죽음 대신해 줄까, 누가 너의 빈 자리를 채워줄까
아까운 너의 죽음 앞에 나와 너를 사랑하고 아꼈던 모든 이들은 망연자실해 있다.
나에게는 서로를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고 함께하는 친구이자 한 배를 탔던 동지를 잃은 셈이고, 요트 선후배님들에게는 장래를 촉망받던 한 식구를 잃은 것이며, 무엇보다도 너를 세상에 둘도 없이 끔찍이 여기며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며 즐거워하셨던 부모님, 우리의 경기장면을 보기 위해 배까지 구입해서 대회 때마다 운영요원을 자처해 가면서까지 따라다니셨던 부모님들의 말할 수 없는 아픔 앞에 너도 함께 울고 있으리라 생각된다.

20년의 짧은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함께한 나의 친구야.
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이 세상을 살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와 한숨 속에 살아가는 70~80년의 삶 보다 훨씬 값있고 아름다웠다고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말할 수 있다.
넌 나의 멋진 라이벌이었는데 죽음 앞에서도 넌 나와 우리를 앞서 가는구나.

친구야 너가 많이 보고 싶을거다.
먼 훗날 우리 다시 만나게 될 때 그땐 나 조성민이는 너 서수형이를 대신해서 열심히 살았노라고 너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았노라고 원도 없고 후회도 없이 그렇게 열심히 살았노라고 너를 다시 만날 때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너의 몫까지 살겠다.
친구야, 잘 가거라.

2006. 3. 11.

성민이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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